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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드라마

[ 아직 끝나지 않았다 ] 마지막 20분이 전체를 좌우한다

by 하얀태양 2018. 6. 20.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가정 폭력이 얼마나 비참한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보여주는 프랑스 영화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포스터

장르 : 드라마, 스릴러, 서스펜스 | 프랑스 | 상영시간 : 93분 | 등급 : 15세 관람가

 

  스토리 라인 

 

'앙투안'(드니 메노셰)와 '미리암'(레아 드루케)는 이혼 법정에서 자녀 양육권을 놓고 대립한다. 여성 판사가 이 부부 앞에서 11세 소년 '줄리앙'(토마 지오리아)의 편지를 담담하게 읽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줄리앙은 자신의 아버지를 '그 사람'이라고 부르며 "영영 안 보면 좋겠다"고 한다. 하지만 앙투안은 "아들에게 아빠는 꼭 필요하다"며 공동 양육권을 주장한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스틸컷

 

미리암쪽은 남편이 첫째딸 조세핀을 폭행한 증거를 제출하며 안토니가 아빠 자격이 없음을 주장한다.

 

앙투안쪽은 ‘앙투안은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주변 사람들의 탄원서를 제출하며 “자식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아버지를 공갈협박범으로 모는 폭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고 항변한다. 양쪽의 심리 내용을 살펴보면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스틸컷

 

아들과 아내의 진술대로라면 앙투안은 폭력적인 아빠이자 남편이다.

 

판사는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듣지만 감정에 사로잡히지 않는다. 모든 것을 법적으로 판단한다. 가정 폭력을 행사했다는 부분에 대한 명백한 증거가 없는 만큼 앙투안의 손을 들어준다. 양측의 입장을 냉철하게 청취한 판사는 결국 부자가 2주마다 한 번씩 만나도록 판결한다.

이 판결 때문에 줄리앙은 주말마다 앙투안과 시간을 보내야만 한다. 이 때부터 가족의 비극이 시작된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스틸컷

 

한 가정의 불화를 건조하면서 다소 차가운 시선으로 담아내던 영화는 중반부터 서서히 예측불허로 전개된다.

 

모자가 이사한 곳을 알아내려는 아빠와 이를 숨기려는 아들의 거짓말과 숨바꼭질이 이어진다. 앙투안은 줄리앙에게 미리암의 위치를 묻고 추적에 나선다.

 

줄리앙은 엄마를 지키기 위해 거짓말을 늘어놓는다. 그러다 갑자기 결말로 내달리면서 공포영화로 탈바꿈한다. 앙투안의 민낯과 가정폭력의 진실이 드러난다.

 

 

  다양한 장르, 완벽한 조합으로 완성시키다 

 

이 영화의 특징 중에 하나는 다양한 장르(드라마, 스릴러, 서스펜스 )가 혼합되어 색다른 영화적 재미를 선사한다는 점이다.

 

사회적으로 민감한 주제의 영화이지만 감독은 이를 사회적 메시지만을 강조하는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거나, 비극적 사건을 이야기하는 사회 드라마 형식이기를 바라지 않았다.

 

그는 주제를 더욱 부각하기 위해 서스펜스적 요소를 강화하는 연출법을 택했고, 그 결과 현실에 가까우면서도 강렬한 스릴러를 품은 작품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포스터

 

영화의 중반까지 관객들로 하여금 아빠 ‘앙투안’이 정말로 폭력적이고 잔인한 아버지인지 혹은 다소 서툴고 가부장적인 아버지인지 등장인물에 대한 섣부른 판단을 내리지 못하게 한다.

 

엄마인 ‘미리암’ 또한 끊임없이 주변을 경계하고 긴장시키는 인물로 위태로운 감정을 느끼게 하고, 의중을 알 수 없는 행동을 선보이는 딸 ‘조세핀’과 두려움에 휩싸인 아들 ‘줄리앙’까지 복잡한 가족 사이의 미스터리는 이들의 관계를 의심케 한다.

 

 또한 ‘줄리앙’이 ‘그 사람’으로부터 엄마를 지키기 위해 계속해서 거짓말을 시도하고 발각되는 과정과 ‘줄리앙’이 도망쳤다가 다시 돌아오는 반전의 장면 등 곳곳에 놓인 예측 불가의 스토리는 관객을 쥐락펴락하며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그리고 마침내 관객을 끝까지 예기치 못한 전개로 이끌며 결코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엔딩을 탄생시켰다.

 

 

  200:1 의 경쟁 

 

아역 토마 지오리아는 오디션 경쟁률 200:1을 뚫고 발탁됐고, 마카오국제영화제 신예배우상과 리버런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감독은 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이에 비해 뛰어난 자질을 가지고 있었고, 듣고 호흡하는 방법에 있어서 최고의 배우가 가진 능력을 보여줬다. 어떠한 트릭 없이 모든 상황을 완벽하게 소화했고, 우리는 그저 어린 배우가 가진 자연스러움을 유지하도록 하면서 그의 자질들을 끌어내기만 하면 됐다”

 

성인 못지 않은 깊은 감정 연기를 선보이며 여려 매체로부터 큰 찬사를 받고 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스틸컷

 

  자비에 르그랑 감독 

 

 자비에 르그랑 감독은 앞서 '아직 끝나지 않았다'의 프리퀄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단편 <모든 것을 잃기 전에>로 전세계 100개 이상의 영화제에 초청 받았으며, 2013년 클레르몽페랑 국제단편영화제에서 4관왕을 기록하고 2014년 아카데미 시상식까지 후보로 등극되며 새로운 천재 감독의 탄생을 알렸다.

 

이어 장편 데뷔작인 '아직 끝나지 않았다'로 베니스영화제에서 2관왕의 영예와 함께 화려한 데뷔 신고식을 치렀으며 『버라이어티가 선정한 차세대 주목해야 할 감독 10인』에 <레이디 버드>의 그레타 거윅 감독과 함께 선정되며 뛰어난 연출력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이처럼 그의 첫 작품들인 단편 <모든 것을 잃기 전에>와 장편 '아직 끝나지 않았다'로 동일한 주제 안에서 사회 문제와 현실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보여준 자비에 르그랑 감독은 지금 전세계가 가장 주목하는 지성과 감각을 두루 갖춘 핫한 라이징스타 감독으로 손꼽히고 있다.

 

 

  완벽한 준비 

 

감독은 시나리오 작업부터 체계적이고 철저한 사전 조사를 진행했다. 영화의 도입부에 등장하는 법원 장면을 위해 하루에만 20건의 사건을 처리해야만 하는 가정법원 판사의 업무를 직접 확인하고, 변호사, 경찰관, 사회복지사들을 인터뷰하며 가정 폭력의 현실을 목도했다.

 

또한 폭력적인 남성을 위한 집단 치료 세션에도 참가해 폭력이 벌어지는 다양한 원인에 대한 분석을 마쳤다. 이는 서스펜스와 스릴러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다루고 있는 주제 만큼은 지극히 현실의 모습을 담아야 한다는 감독의 확고한 생각에서 준비된 부분이었다.

 

뿐만 아니라 감독은 다양한 고전 작품에서 받은 영감을 작품 속에 녹여냈다. 특히, <샤이닝>이 보여주는 광기, 고립, 공포의 측면이 영화의 결말과 맞닿을 수 있다고 생각해 강렬한 감정선을 표현하는 데 활용했다고 한다.

 

 

  사라진 OST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사운드 측면에서 매우 어렵고 드문 연출 방법을 택했다. 바로 OST 음악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 것. 대신 아파트의 울림 소리, 자동차의 경고음, 시계, 알람, 벨소리 등 일상의 소리들을 사용해 현실적인 긴장감을 조성했다.

 

감독은 사운드의 극적인 효과가 이미 시나리오 안에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했고 억지로 내러티브에 판타지적 요소를 부여하기보다는 현실세계의 소음을 포착해 자연스럽게 노출, 불안함을 이끌어냈다.

 

오히려 반복되는 일상의 소리들은 ‘줄리앙’과 가족들의 결코 벗어날 수 없는 반복되는 악순환을 효과적으로 구현해내며 보는 이들을 더욱 숨죽이게 하고 조여오는 감정을 느끼게 하는 데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