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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드라마

[ 데자뷰 ] 하나의 사건 엇갈린 주장

by 하얀태양 2018. 5. 22.

'데자뷰'는 차로 사람을 죽인 후, 공포스러운 환각을 겪게 된 여자가 견디다 못해 경찰에 찾아가지만 사고가 실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듣게 되고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 빠져드는 충격 미스터리 스릴러. 등장인물 세 사람이 각기 다른 상황에 처하고, 서로 얽히고 설키는 설정으로 진실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데자뷰' 포스터

장르 : 미스터리, 스릴러 | 한국 | 상영시간 : 90분

 

[ 스토리 라인 ]


 도로를 달리고 있던 중, 미처 피하지 못한 여학생을 차로 들이받게 된 ‘지민’(남규리)은 그날 이후 매일, 환각에 시달리게 된다. 시간이 갈수록 자신이 저지른 살인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알 수 없는 지경에 이른 ‘지민’은 현실과의 경계가 모호해지며, 어느새 ‘우진’(이규한)과 자신이 시체를 유기했다고 확신한다.

 

'데자뷰' 스틸컷

 

소름 끼치는 시간들이 계속되자 자수를 하자며 ‘우진’을 설득하는 ‘지민’. 하지만 그는 오늘도 악몽을 꿨냐며 그녀의 말이 진실이 아님을 주장한다.

 

'데자뷰' 스틸컷

 

서로 상반된 사실을 이야기하는 ‘지민’과 ‘우진’을 통해 이 영화는 누구의 말이 진짜인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스스로 경찰서에 찾아가는 ‘지민’으로 인해 관객들은 그녀의 말에 조금 더 신뢰를 갖게 되지만, 이도 잠시 형사 ‘차인태’(이천희)의 등장으로 상황은 또다시 변하기 시작한다. ‘차 형사’ 역시 그날 사람이 죽은 사고는 없었다는 결론을 내리기 때문이다.

 

'데자뷰' 스틸컷

 

그러나 ‘우진’의 말에 힘을 실어준 ‘인태’가 말과 다른 행동을 보이며, 그 역시 무언가 숨기는 듯한 인상을 풍기기 시작하면서부터 순식간에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이처럼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가 반전의 키를 쥐고 있는 듯, 관객들을 한시도 놓아주지 않는 영화는 초반부터 겹겹이 쌓아온 긴장감을 서서히 팽창시켜 나가며 절정에서 폭발시켜버린다.

 

 

캐릭터 분석

 

'지민' (남규리)

사람을 죽였다는 죄책감에 끔찍한 환각을 겪고,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상황에서 오로지 자신의 기억에 의존해 실체를 알 수 없는 진실을 찾아 간다. 혼란을 겪는 인물인 만큼 내면에 집중한 섬세한 감정 표현이 필요했고, 남규리는 대한민국 최고의 연기사관학교라 불리는 김수현 사단에서 쌓은 안정적인 연기로 이를 가능케 했다. 그녀는 살인을 저질렀다는 공포심에 휩싸인 ‘지민’의 불안한 심리 상태를 섬세하고 디테일하게 그려내어 보는 순간 빠져들 수밖에 없는 높은 몰입도의 연기를 완성해냈다.

 

'데자뷰' 스틸컷

 

‘우진’ (이규한)

‘지민’의 약혼자. 환각에 고통스러워하는 ‘지민’의 곁에서 지극정성 그녀를 돌봐주는 다정한 모습부터 의심을 멈추지 않자 돌변하는 악랄함까지, 배우 이규한은 단단한 연기 내공으로 양면의 얼굴을 지닌 ‘우진’을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 오랜 배우 생활 동안 코믹과 진지를 넘나들며 팔색조 매력을 선보였던 이규한은 이번 작품을 통해 파격적인 악역으로 변신 했다.

 

'데자뷰' 스틸컷

 

'차인태' (이천희)

‘지민’과 ‘우진’을 감시하는 형사. ‘지민’이 말한 사고가 사실이 아님을 밝혔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경계를 늦추지 않으며 그들을 조금씩 압박해오는 ‘인태’는 묘하게 수상한 캐릭터로 극의 미스터리함을 배가시키는 인물이다. 정지영 감독의 <남영동 1985>를 통해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바 있는 이천희는 스토리가 전개될수록 관객들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핵심 역할인 ‘인태’를 뛰어난 연기력으로 소화해냈다.

 

 

남규리 Comment.

 

"지민은 환각에 시달리는 불안정한 인물인데. 어려움은 없었나"

매우 불완전한 인물이면서 스스로를 강박적으로 몰아붙이는 완벽주의자이기도 하다. 처음 <데자뷰> 시나리오를 받았을 땐 이동 중에 읽으면서도 자연스럽게 대사가 나올 정도로 바로 몰입이 됐다. 그런데 본격적으로 준비할수록 점점 더 모르겠더라. 당시에 혼자 운전해서 매일 제작사를 찾아가 감독님과 만났다.

"교통사고의 환각과 약물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한 인물의 내면 세계는 어떻게 준비했나."
약은 물론이고 술도 안 마시는 터라 자료 조사에 꽤 공을 들였다.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영화 <사이드 이펙트>(2013)는 루니 마라의 연기가 무척 훌륭해 외울 정도로 여러 번 봤다. <그것이 알고 싶다>의 약물 중독 에피소드와 외국 다큐멘터리들도 참고가 됐다.

 

이규한 Comment

 

"우진은 그 속을 잘 알 수 없는 인물이다. 여자친구 지민(남규리)에겐 다정하고 든든한 연인이지만, 직장에선 권위적이고 폭력적으로 돌변하기도 한다."
사람은 누구나 이중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내 경우에도 평소 일할 때 만나는 사람들, 가족, 편한 사람을 대하는 게 다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런 모습을 현실감 있게 보여주고 싶었다. 특히 지민을 대할 때와 직장에서의 모습에 차이를 두려 했던 건, 우진의 심리 상태를 고민한 결과다. 지민이 고통스러워하는 감정을 고스란히 받아내는 사람이 우진이다. 그의 스트레스가 쌓여 어딘가에서 폭발한다면 지민 앞에서보다는 직장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그런 디테일을 계속 생각하며 연기했다.

 

 

"영화의 후반부, 우진에게 중요한 감정 신이 있다."
맞다. 스포일러 때문에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나는 어려운 장면을 찍을수록 더 재미있는 것 같다. 그런 장면을 찍고 나면 배우로서의 열의가 한층 높아진다고 해야 할까. 감독님이 현장에서 “규한씨, 진짜 신나게 현장을 즐기고 있네요”라고 하더라. 그렇게 강한 장면이 나올수록 현장을 더 즐겼던 것 같다. 감정 신의 경우 중요했지만 테이크를 많이 가지는 않았다. 나는 첫 테이크가 가장 좋은 편이다. 첫 테이크가 화로라면 테이크가 거듭될수록 점점 더 완성된 요리가 된다는 느낌? 드라마를 할 때에는 완성된 요리를 택하는 편이지만, 영화에서는 최대한 재단되지 않은, 날것의 느낌을 살리고 싶었다.

 

이천희 Comment


시나리오를 읽고 인태가 이중적인 언어를 쓴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걸 표현하는 게 매력적이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속마음과는 다른 표현을 하는 게 쉽진 않더라. 게다가 인태의 감정을 따라가면 영화의 밸런스가 깨질 수 있어서 ‘인태에게 뭔가 있는 것 같다’는 실마리를 주는 연기를 하지 않았다. 5회차 촬영까지는 혼란스러운 마음이 있었지만 영화의 반전을 극대화하는 연기가 이 작품에 맞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우진과 지민 커플의 사건을 담당하는 형사로서의 인태와 어떤 사연을 가진 인태의 모습 사이에 좀더 논리적인 연결이 있기를 바랐지만, 극대화된 반전을 위한 연기 또한 이해가 됐다. 미묘한 감정 표현도 자제해야 할 때가 많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아닌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연기를 하는 게 쉽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