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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드라마

장기왕: 가락시장 레볼루션

by 하얀태양 2017. 12. 19.

 

두수(정두원)는 매일 밤 가락시장으로 출근합니다. 회사원에 비해 월급도 적고 밤낮이 뒤바뀐 생활을 해야 하지만, 야근과 회식이 없는 것만으로 감지덕지이죠. 두수의 보스, 청과물 가게 양 사장(전규일)은 내기 장기에 빠져 있습니다. 양사장의 장기판에서 훈수를 두던 두수는 자신도 모르던 장기에 대한 재능을 발견합니다. 금세 시장 바닥을 제패한 두수는 동료 장씨 아저씨의 소개로 장기판의 메카, 탑골공원에 입성합니다. 이곳의 최강자는 박 사장인데 그는 내기 장기로 건물까지 세운 사람입니다. 어느 날, 두수의 친구들이 건물주 박 사장의 갑질에 피해를 입자 두수는 박 사장을 상대로 한판 장기 내기를 제안합니다.

<장기왕: 가락시장 레볼루션>을 채우는 것은 녹록지 않은 현실을 살고 있는 청년들의 초상을 그리고 있습니다. 밤새워 육체노동을 하고 아침이면 양복 차림으로 퇴근하며 부모님을 속이는 청년, 상사의 성희롱에 시달리는 사회 초년생, 배달 일로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는 배우 지망생, 사회의 냉대로 어려움을 겪는 사회운동가 등등. 이들은 보잘것없는 것으로 여겨지던 취미와 작은 재주들을 활용해 생활의 돌파구를 만들어내고, 비현실적이라 할 만한 주인공의 장기 실력으로 상황을 반전해 나갑니다. 아쉬운 것은 극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의 연대가 후반부에야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그전까지는 에피소드들이 파편화된 채 흩어져버리고 작품의 톤도 일관적이지 않습니다. 과거와 현실의 잦은 교차편집과 의도를 알 수 없는 신들이 장면간 결속을 해치는 주된 요인입니다. 잔재미를 유도하는 빠른 리듬의 대사도 오히려 집중력을 해칠수도 있습니다.

 

 

 

[감독 평]

 “이 영화는 어른들의 것을 이용해 부조리한 사회에 한 방을 날리려 한다. 영화의 주요 소재로 등장하는 ‘장기’는 사실 젊은이들보다는 어른들의 전유물이다. 영화는 청년 두수를 등장시켜 어른들의 것, 장기라는 메타포를 이용해 어딘가 엉켜있고 꽉 막혀있는 거대한 사회를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어떻게 헤쳐 나가야 좋을지 방향을 제시해보려 한다. 혹여 그것이 당장에 사회를 바꾸어 놓을 수 있는 것이 아닐지라도 사람들의 얼어붙고 지친 마음에 불을 지피는 뜨거운 불씨가 되길 바라며 두수는 현실을 택한 가락시장에서부터 혁명을 시작한다. 그 방법이 사뭇 우스워 보이지만, 다른 방법도 없다. 그들이 세상에 대항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어쩌면 우린 다 같은 마음일지도 모른다.”

 제목 정하기가 정말 어렵다. 하지만 그래도 <가락시장 레볼루션> 이라는 제목은 가장 먼저 생각이 났다. 사실 “장기”라는 단어가 직접적으로 들어갔으면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장기왕>이 가장 좋았다. 하지만 <족구왕>이라는 영화가 독립영화계에서 너무 강한 인상을 남겨서, 편승하는것만 같은 제목에 대한 반감이, 나름의 고민이 또 있었다. 사실 난 이 영화가 장기에 대한 영화라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보는 이들로 하여금 어차피 장기가 이 영화의 주된 매개체라고 생각해, 내가 원래 정했던 <가락시장 레볼루션>과 <장기왕>을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처럼 합쳐보았다. 우습지만, 뇌리에 깊이 남는 제목 같았다. <장기왕 : 가락시장 레볼루션>….! 뭔가 ‘프렌치 레볼루션’ 같지 않나? 우스운 혁명이라 생각했다. 등장인물들이 사뭇 우스운 ‘장기’로 혁명을 꿈꾼다는 게 우습지만 슬퍼 보였다. 가락시장 잡부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21세기 청춘이 모두의 기대를 안고 세상에 맞서 싸운다는 이야기가 너무 재밌었다. 그것도 장기로…!
 어쨌든 우리들 이야기 같았다. 남들이 볼 땐 실패하고, 현실에 안주한다고 생각되는 인물이 세상을 바꾸려 하는 영화에 가장 잘 어울리는 제목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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