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땅에서 만난 친근한 한국사람이 사실은… 해외에서 여행 중인 한국인만을 노리는 '개'들이 있다. 일말의 죄책감 없이 납치와 강도를 일삼는 ‘형신’과 ‘지훈’ 그리고 ‘두진’. 그들은 한 번 물면 놓지 않는 개처럼 한국으로 돌아와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을 끈질기게 뒤쫓는다. 외국에서 형신 일당과 떨어져 홀로 남게 된 두진은 새로운 먹잇감을 발견하게 되는데…한편 여행 중 실종된 아들의 단서를 찾아 수소문 하던 중년 여성에게 수상한 전화가 한 통 걸려온다.
"잘 지내셨어요?"
사라진 아들과 아들의 이름을 친근히 부르는 낯선 자.
그 불편한 진실이 세상에 공개된다.
2012년에 보도됐던 필리핀 한인 납치 사건 을 영화로 제작했다고 해서
해외에서 오랜기간 거주하는 저로서는 이 사건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았고
그래서 상당히 많은 기대를 가지고 본 작품입니다.
그런데 기대가 너무 컸던걸까요? 보는내내 지루했고 적지않게 실망도 많이 했습니다.
이런 충격적인 사건을 가지고 이정도밖에 시나리오를 뽑지 못했나 하는 점에서
신인감독의 독립영화 작품이라지만 너무 아쉬운 부분이 많네요...
1. 영화의 전반적인 홍보로는 최세용 일당들의 '필리핀 한인 납치 사건' 을 영화화한 작품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일단 사건의 개요부터 설명에 들어가지 않고
범죄자들의 우두머리가 이미 잡혀들어간 뒤 남은 잔당들이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들어온 이후를 기점으로 영화가 시작됩니다.
제 생각엔 제작비 부담으로 해외 로케이션이 불가능하니 이런식으로 선택한걸로 보입니다만
(한가지 의심스러운건 사건내에서 그리 중요하지 않았던 터키의 현지 촬영 분이 있었는데 필리핀 촬영분은 없는건지...)
그로인해 기존에 이 사건에 대한 내용을 접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이게 뭐지?' 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은 필리핀 내에서 일어난 수많은 범죄의 방법과 잔혹성, 그리고 그들만의 선별과정으로 죽이거나 혹은 한국으로 돌려보내준 피해자들의 진술에서 나온 그들의 범죄행각입니다.
그런데 이미 몇년전 그것이 알고싶다 나 뉴스보도에서 이미 여러번 이 사건을 접한 저같은 경우에도
영화를 보면서 '저게 왜 저렇게 됐었더라?' 하며 기억을 더듬어가면서 이 전 이야기들을 추측해낼수 밖에 없었습니다.
결론은 사건의 전반적인 정보를 영화 초반에 간략하게 신문기사 처리해서 삽입할 수 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음으로서 관객들에게 '자세한건 너희가 셀프로 검색해보세요' 라고 짐을 지우게 됐죠.
사건의 핵심은 하나도 없이 사람들이 그닥 궁금해하지않는 '필리핀 범죄 이후 뒷이야기' 같이 전개된건 이해가 되지 않네요.
(그것마저도 결말없이 두루뭉실하게 끝나버립니다...;;)
닭강정에 알맹이를 쏙 빼놓은 튀김 껍데기뿐이라고 할까요.
2. 독립영화의 기술적인 한계?
영화 전개가 너무 루즈합니다. 아무리 실화를 바탕으로 전개되는 영화이지만
심지어는 다큐멘터리나 뉴스자료보다 더 지루하고 루즈합니다.
런닝타임 처음부터 끝까지 특정 씬에 BGM이 깔리는걸 한번도 들은적이 없을정도구요.
그렇다고 한군데 꼭 찝을만한 인상적인 촬영방식이나 편집이 들어간것도 아니었구요.
차라리 그것이 알고싶다 나 추적 60분 을 한번 더 보는게 더 재밌겠다 라고 생각이 들 정도였네요...
3. 배우들의 열연 & 설정의 미스
전체적인 배우들의 열연이 매우 돋보입니다.
악역을 맡은 배우들의 눈빛연기는 매우 인상적이었고요.
피해자 역을 맡은 배우들도 나름 그 역활을 잘 해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터키 납치 사건에서 범인이 자고 있는 공안 묶인 동아줄을 풀어내는데 성공한 피해자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더군요.
본능적으로 저런 상황에선 탈출하기 전에 자신을 지켜줄 무기를 확보하는게 우선인데
영화속에선 바로 옆에 메탈제질의 날카로운 촛대가 선반위에 있었거든요.
낯선환경에서 겁에 질려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어린 피해자의 모습을 그릴거였다면
차라리 그 촛대를 들고 저항하려다 공포를 못이겨 스스로 포기해버리고 용서를 구하는 씬을 넣는게 낫지 않았을까요?
그 외에 여러가지 부분에서 사람의 심리적인 묘사와 설정에서 모순이 많이 보였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음에도 왜 좋은 소스 다 버리고 이상한 컨셉을 넣어서 스스로 영화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시나리오를 작성했는지도 의문이네요...
이 사건을 해결하는데 가장 큰 역활을 한건 경찰이나 대사관이 아니라 바로 '기자' 들이었습니다.
이 사건이 이슈가 되었을때도 되지 않았을때도 자비로 필리핀과 한국을 오가며 끊임없이 추적하고
사건과 피해 가족들을 쫓아다니며 실마리를 찾아낸것도 바로 기자들이었구요.
'범죄자들의 관점' 이 아닌 '기자들의 관점' 에서 사건을 추적해나가는 영화를 만들었으면
훨씬 더 영화가 재미있고 박진감있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사실 이 영화가 개봉할때 '혹시 보도자료에 알려지지않은 다른 사실을 영화에서 알려주는게 아닐까?' 하는 기대도 해봤습니다만
오히려 보도에서 알려진걸 다 빼버린 외전격 영화 진행방식은 참 안타깝네요...
사건을 알리기 위한 영화라고 보기엔 '감독의 취향'을 너무 많이 내세운 영화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필리핀 한인 납치 사건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싶으시다면
이 영화를 보시기보단 유투브나 기타 다른 동영상 검색을 통해 그것이 알고 싶다 혹은 추적 60분 등을 찾아서 보시는걸 추천드립니다.
시놉시스
해외에서 여행 중인 한국인만을 노리는 납치범들이 있다. 형신(김선빈)과 지훈(곽민호), 그리고 두진(박형준)은 한 번 물면 놓지 않는 개처럼 일말의 죄책감 없이 납치와 강도를 일삼고 한국으로 돌아와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을 끈질기게 뒤쫓는다. 외국에서 형신 일당과 떨어져 홀로 남게 된 두진은 새로운 먹잇감을 발견하고, 여행 중 실종된 아들의 단서를 찾아 수소문 하던 중년 여성에게 수상한 전화가 한 통 걸려오는데...
간단평
필리핀 한인납치사건을 모티브로 한 <개: dog eat dog>의 주인공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다. <개: dog eat dog>은 썩은 고기를 물어뜯는 TV 속 하이에나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짐승만도 못한 잔혹한 인간들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인물들의 활동무대는 납치가 자행 된 필리핀이 아닌 납치의 배후세력이 도사리는 한국이다. <개: dog eat dog>이 묘사하는 한국사회는 공공기관이 무능하고 PC방에서 범죄자들을 이웃처럼 마주칠 수 있는 디스토피아다. 형신과 일당들은 납치도 모자라 피해자의 어머니에게 접근해 강제로 촬영된 피해자의 섹스영상을 공개하겠다고 협박하며 수차례 돈을 갈취한다. 형신을 연기한 김선빈은 납치범에게 어떠한 인간적인 면모도 살펴 볼 수 없게끔 캐릭터를 꼼꼼하게 표현한다. 하지만 이 끔찍한 인간 군상들을 100분 남짓한 시간동안 이야기에 가득채운 연출 방식이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지는 의문이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도무지 벗어날 방도가 없는 굴레와 방치된 납치범들의 모습은 경각심을 일깨우기보다 답답함과 근거 없는 공포를 확산한다. <개: dog eat dog>의 오프닝과 엔딩에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피해를 호소한다는 자막이 올라간다. 장르영화로 치환됐으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성공했다며 박수를 쳐줄 일이지만, 피해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영화임을 자처하는 자막의 뉘앙스는 불편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