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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드라마

10,000 Km

by 하얀태양 2017. 8. 8.
“지난 몇 달간 우리의 연애는 인터넷 서버에 보관되어 있겠구나.”

바르셀로나 아파트에서 격렬하게 사랑을 나누는 알렉스와 세르기.
이들은 7년간 함께 산 연인으로 어서 빨리 아기를 낳고 싶어 한다.
하지만 알렉스에게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1년간 일하라는 제안이 오면서 이 계획은 흔들린다.
알렉스는 사진작가로서 자신의 경력을 이어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세르기의 동의를 얻어 미국행을 결심한다.

1년간의 헤어짐이 시작되고, 바르셀로나와 로스앤젤레스에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 하루도 거르지 않는 화상 채팅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의 체온을 직접 느낄 수 없는 기계적인 만남은 점점 공허해지기만 하는데……
과연 이들은 10,000km의 거리에 떨어져서 사랑을 이어갈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하면 <10,000km>, 전혀 기대 안하던 작품입니다. 포스터나 제목에서 풍겨오는 분위기가 매력적이긴 했지만, 제가 아는 감독이나 유명한 배우도 없고, 영화에 대한 해외 평도 그리 많지 않은 편이었습니다. 그래서 개봉 전에 이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어도 볼까말까 고민했던 게 사실이었죠. 그래도 정식 개봉을 해도 상영관이 그리 많지 않을 것 같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을 때 보는 게 좋지 않을까해서 결국 보게 되었는데, 결과적으로 <10,000km>는 <빅 히어로>에 이어 제가 올해 두 번째로 별 다섯개를 줄 정도로 굉장히 좋았던 작품이었네요.
 바르셀로나 아파트에서 격렬하게 사랑을 나누는 알렉스(나탈리아 테나)와 세르기(데이비드 베르다거). 이들은 7년간 함께 산 연인으로 어서 빨리 아기를 낳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알렉스에게 미국 LA에서 1년간 일하라는 제안이 오면서 이 계획은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알렉스는 사진 작가로서 자신의 경력을 이어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세르기의 동의를 얻어 미국행을 결심하게 됩니다. 1년간의 헤어짐이 시작되고 바르셀로나와 LA에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 화상채팅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의 체온을 직접 느낄 수 없는 기계적인 만남은 점점 공허해지기만 하는데...
  <10,000km>는 두 사람의 평범한 베드씬으로 시작하는듯 보였으나, 사실은 23분간의 롱테이크로 매우 흥미롭게 촬영된 시퀀스였습니다. 23분이라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두 사람이 현재 어떤 상황인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갈등이 전개될 지에 대한 힌트를 촬영, 조명, 각본, 연기 등을 통해 압축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더군요. 특히 오프닝에서 사용된 롱테이크 기법은 두 사람의 관계에 현실감을 불어넣고 있었는데요, 제한된 러닝타임, 제작비 속에서 두 사람의 친밀감을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보여줄 수 있는 최적의 촬영기법이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황홀한 롱테이크가 끝나면, 알렉스와 세르기가 바르셀로나와 LA로 떨어져 생활하게 된 상황들을 보여줍니다. 두 사람이 함께 살던 시간들은 30분도 채 되지 않는 시간으로 두 사람의 관계를 집약적으로 보여줬다면, 두 사람이 떨어져있던 시간들은, 특정 하루들의 5분 내외의 짧은 에피소드들을 이어붙여, 장기적인 심리 변화를 그리고 있습니다. 이 에피소드들은 의미없는 조각들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두 사람의 감정과 태도에 조금씩 누적되어 가는게 느껴지더군요. 떨어져서 못살 것 같던 이들에게, 사랑과 일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하는 순간. 저 역시도 장거리 연애를 하다 헤어진 적이 있어서 그런지 두 사람이 겪게 되는 에피소드 하나하나에 참 많이 공감하며 봤네요.
  사실 이 영화를 한 줄로 설명하면 '한 커플이 장기간 떨어져 살게되면서, 마음이 식어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 뻔하디 뻔한 로맨스물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 영화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이유는 세 가지 이유입니다. 2015년 현재 사람들의 사랑하는 방식들을 예리하게 짚어낸 시의적절성, 빛나는 아이디어로 저예산이라는 한계를 영리하게 벗어버렸다는 점, 진짜 커플처럼 느껴질 정도로 호연을 보여준 두 주인공의 연기 때문입니다. 나탈리아 테나와 데이비드 베르다거는 롱테이크로 촬영되는 속에서도, 감정이 바뀌는 찰나의 타이밍을 정확하게 잡아낼 줄 아는 영리한 배우들이더군요. 그 와중에서도 사람스러움을 잃지 않는 두 배우의 매력 또한 인상적이라고 느꼈습니다.
  <10,000km>에서는 오직 두 배우밖에 등장하지 않으며, 바르셀로나, LA를 벗어나지 않고 대부분 실내에서 촬영된 작품들입니다. 물론 야외 장면들도 있지만, 대부분 사진들 혹은 배우가 등장하지 않는 야외장면들로 대체하였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이 영화의 제작비가 그리 높지 않았을 거라는 사실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물론 장거리 연애를 하는 이들의 현실적인 문제를 잘 그려냈다는 점에서도 좋았지만, 제게 이 영화는 좋은 아이디어와 이 아이디어를 영상화할수 있는 감독의 좋은 연출력, 배우들의 호연까지 더해지면 저예산이라는 한계를 온전히 극복할 수 있다는 교훈을 던져주었다는 점에서, 영화를 창작하는 일을 하시는 분들에게도 이 영화가 좋은 자극제가 될 것 같네요. 영화를 보기 전에는 제가 이 정도로 좋아할지 전혀 생각지 못했지만 <빅 히어로>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별 다섯개를 주게 된 작품, <10,000km>입니다! 적극 추천드립니다.
* 여주인공 나탈리아 테나는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님파도라 통스(해리포터 덕후들은 님파도라 통스가 누군지 다 아시죠?^^)로 출연한 적이 있고, 미드 <왕좌의 게임>에도 출연했습니다. 남자주인공 데이비드 베르다거는 스페인에서 영화와 연극에서 실력파로 인정받고 있는 배우라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