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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드라마

영화 하루

by 하얀태양 2017. 6. 26.

전쟁의 성자라 불리는 의사 ‘준영’(김명민)은 딸의 생일 날 약속 장소로 향하던 중, 대형 교통 사고 현장에서 죽어있는 딸 ‘은정’(조은형)을 발견한다. 

 충격도 잠시,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는 딸의 사고 2시간 전으로 돌아가 있다. 어떻게 해서든 그 날의 사고를 막으려 하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는다.

 

 매일 딸이 죽는 지옥 같은 하루를 반복하던 어느 날, ‘준영’ 앞에 그처럼 사고로 아내를 잃은 그 날을 반복하고 있다는 남자 ‘민철’(변요한)이 나타난다. 

 

 “당신 뭐야? 다 똑같은데 왜 당신만 달라?”

 

 이유도 모른 채 끔찍한 사고의 시간 속에 갇힌 두 사람은 힘을 합쳐 하루의 끝을 바꾸기로 하지만 어떻게 해도 죽음은 막지 못한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매일 눈 앞에서 지켜볼 수 밖에 없어 절망하는 두 사람 앞에 자신이 ‘준영’의 딸을 죽인 범인이라고 말하는 의문의 남자가 나타난다. ‘준영’과 ‘민철’은 이 사고가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다른 비밀이 숨겨져 있음을 깨닫는다.

 

 "살려야 한다! 하루를 바꿔서라도!"

 

 두 남자의 처절한 사투가 시작된다.






 사랑하는 사람이 눈 앞에서 죽었다. 그 후 정신을 차려보니 거짓말처럼 사고 발생 2시간 전으로 돌아가 있고, 사고가 또 다시 반복된다면? 하지만 여전히 사고는 막을 수 없고, 지옥 같은 시간과 끔찍한 고통만 끝없이 계속된다면?

 

 영화 <하루> 속 두 남자는 매일 지옥 같은 하루가 반복된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 하루가 되풀이 되고, 끊을 수 없는 고통의 굴레 속에서 발버둥친다. <하루>는 ‘지옥 같은 하루가 반복된다면 그 사람의 심정은 어떨까, 그 속에 있는 두 사람이 좁혀지지 않는 평행선을 달린다면 그 끝은 어떻게 될까’라는 조선호 감독의 생각에서 출발했다. 그는 반복되는 하루라는 소재에 지옥 같은 상황에 갇힌 두 남자라는 독특한 설정을 더해 살을 붙여나가기 시작했다. 딸을 살려야만 하는 아빠 준영은 딸의 죽음 앞에 매일 무참히 무너지지만 포기하지 않고 하루를 바꿀 방법을 악착같이 찾는다. 그런데 지옥 같은 하루를 반복하는 사람은 준영뿐만이 아니었다. 아내의 죽음을 매일 지켜봐야만 하는 민철은 아내를 살리기 위해 거침없이 돌진한다. 자기의 몸을 내던져서라도 반복되는 하루에 얽힌 비밀을 풀기 위한 사투를 벌인다. 이들의 폭발하는 감정은 하루가 거듭될 수록 거세지고, 이는 관객들의 심장까지 들끓게 만든다. 두 남자에게 하루는 악몽보다 더 지독하고, 지옥보다 더 고통스럽다. 반복되는 하루를 끊어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왜 하필 두 남자만 같은 하루가 반복 되는가. 영화는 그들을 둘러싸고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비밀을 하나씩 풀어가며 그들이 지옥 같은 하루 속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이유와 딜레마를 함께 던진다.

 “한국영화 흥행 공식에 따르지 않는 독특한 플롯이다. 짜임새가 좋은 완성도 있는 영화”라 극찬한 김명민의 말에서 알 수 있듯 <하루>는 인생에서 절대 겪고 싶지 않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 매일같이 눈 앞에서 반복된다는 신선하고 기발한 설정에 속도감 있는 전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극한의 긴장감으로 관객들을 단숨에 사로잡을 것이다.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우리에게

'사랑하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 절망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처절하게 몸부림치는 부성애 또는 사랑'을 보여주려 한 것일까?

영화의 핵심 메시지는 영화 속 '준영(김명민 분)'과 '강식(유재명 분)'이 서로 아버지로서 자신이 할 수밖에 없었던 행동에 대한 변명을 통해 보여준 '자식에 대한 아버지의 무한한 사랑' 일까?


난 감독의 진짜 메시지는 '사과와 용서'라고 생각한다.

'그냥' 사과와 용서가 아닌 '진정한' 사과와 용서란 과연 무엇일까?라는 물음이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내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다.


우리는 흔히 사과와 용서란 타인과 자신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상대방에 잘 못 한 게 있어 상대방의 기분이 상했으니 내가 그에게 사과를 하는 것이고

사과를 받은 사람은 사과를 한 사람의 용기와 진심을 받아들여 그를 용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사과와 용서를 통해 서로 성장하고 더 나은 관계를 구축해 가는 것이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맞는 이야기다.


하지만 현실의 우리는 과연 이렇게 '진정'으로 '타인'을 위한 '사과와 용서'를 하는 것일까?

사과와 용서 안에 혹시 '나'만 있는 것은 아닐까?

나의 실수로 상대방과의 관계가 틀어진 것이 내가 불편해서, 내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어서, 비록 내가 사과할 정도로 큰 실수를 한 것은 아니지만 내가 더 대인배이니까 사과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가?

용서 역시, 상대방의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내가 소인배로 보일까 봐, 상대방의 사과가 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과를 받아들임으로써 내가 관계에 우위에 설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쿨한 척 용서를 하는 것은 아닐까?


이렇게 '진정한' 사과와 용서가 아닌, '나'를 위한 '그냥' 사과와 용서에는 공통점이 있다. 거기에는 가타부타 말(변명)이 많이 붙는다. 그렇다면 감독은 어떻게 '진정한' 사과와 용서를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 있을까?


그것은 여러분이 영화를 직접 보고 판단해주길 바란다.


타임슬립이란 양날의 검인 소재를 다룬 영화, 스토리나 OST에 부족함이 조금 있지만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로 아주 높은 몰입감을 선사하는 영화, 그리고 모처럼 영화를 본 후에 진한 여운을 남겨준 영화. 


사랑하는 이와 또는 사과와 용서를 구해야 하는 이와 함께 보기를 영화 하루 추천한다.


김명민(준영), 변요한(민철), 유재명(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