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명의 승객과 12명의 승무원을 실은 커버넌트호는 새로운 행성의 개척과 이주를 위해 항해 중이다. 인공지능 로봇 월터(마이클 파스빈더)가 홀로 깨어 승무원들의 건강을 관리하던 중 예기치 못한 사고로 수면 중이던 선장이 사망하고 승무원들이 깨어난다. 이들은 커버넌트호를 정비하던 중 인근의 행성으로부터 알 수 없는 신호를 감지한다. 장기간 여행에 지친 승무원들은 다니엘스(캐서린 워터스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지의 행성을 탐사하기로 결정한다. 이들은 정체불명의 생명체에 감염되어 위기에 빠지지만 10년 전 사라졌던 프로메테우스호의 인공지능 로봇 데이비드의 도움을 받아 상황을 모면한다. 데이비드는 승무원들을 자신의 아지트로 안내하고 자신이 엔지니어들의 행성에서 보낸 10년간의 사연에 대해 들려준다.
<에이리언: 커버넌트>는 <프로메테우스>로부터 10년이 지난 시점을 배경으로 한다. ‘에이리언’을 전면에 내세운 제목처럼 38년 전 리들리 스콧이 메가폰을 잡았던 <에이리언>(1979)을 본격적으로 잇고자 하는 영화다. <프로메테우스>가 프리퀄의 시작이었다면 <에이리언: 커버넌트>는 1편에서 던졌던 질문에 대한 본격적인 화답이다. 투박한 커버넌트호의 디자인 등 스타일적으로는 여러모로 1편의 외양과 구조를 따오고자 노력했다. 새로운 에일리언의 등장을 비롯한 기존 팬들을 위한 서비스도 충실하다. 반면 내적으로는 에일리언의 탄생이라기보다는 인공지능 데이비드의 내면에 집중한다. 창조자와 피조물이라는 화두를 중심으로 엔지니어와 인류, 인류와 인공지능, 인공지능과 에일리언의 관계를 서술해나가는 것이다. 다만 예상 가능한 답변들인 데다 지나치게 친절한 느낌이 있다. 제노모프 탄생에 관련한 비밀이 밝혀질수록 밋밋해지는 것처럼 느껴지는 건 아마도 수다스럽고 장황한 데이비드의 설명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부분적으로 여전히 경이로운 비주얼들을 선보인다. 오리지널 에일리언의 매력과 프리퀄 시리즈의 철학적 성찰, 시각적 경이를 이종교배하려는 시도는 영화의 성패를 떠나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인상적이다.
<프로메테우스>에서 안드로이드 데이비드는 수수께끼 같은 캐릭터였다. 관객이 데이비드를 좋아해야 할지 싫어해야 할지 판단을 내리기도 전에 영화는 끝나버린다. 또한 데이비드는 몸과 머리가 분리되는 끔찍한 수모를 겪고도 살아남은 생존자다. <프로메테우스>로부터 10년 뒤를 그린 <에이리언: 커버넌트>에서 안드로이드 데이비드와 그의 후속모델인 월터까지 1인2역을 연기한 마이클 파스빈더를 만났다. 두 캐릭터가 얼마나 다른지를 말하기보다 촬영장에서 리들리 스콧 감독이 얼마나 특별한지를 말하며 즐거워하는 그는, <에이리언> 시리즈의 속편에도 물론 출연하고 싶다며 스콧 감독에 대한 두터운 신뢰를 아낌없이 드러냈다.
-데이비드는 일종의 악역이었다. 이번 영화에서 월터라는 또 다른 안드로이드를 연기하면서 데이비드가 저지른 일들에 대한 구원을 찾는지 궁금하다.
=(정색하며) 구원이라고? 데이비드가 구원이 필요한 존재인지는 몰랐다. <프로메테우스>에서 머리가 뜯겨나갔는데 그걸로 부족한가? (웃음) 아마 일종의 결론은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구원이라니 모르겠다.
-어둡고 무서운 세계라는 걸 알면서도 미지의 세계를 계속해서 탐험하려는 인간의 시도는 왜 계속된다고 생각하나.
=사람이라는 존재는 언제나 별에 대해서 궁금해하지 않았나. 별은 천년이고 만년이고 그 자리에 있었고 사람들의 궁금증과 그동안 일궈낸 기술의 발달, 그리고 사람들이 지구를 망가뜨려서 새로운 살 곳이 필요해진 현실들이 이같은 결과로 보여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주는 내가 아는 한 사람들에게 매혹적인 대상이었다. 그곳에 우리가 모르는 문명이 있을 거라는 상상 또한 그렇다.
-가장 최근에 미지의 세계를 만나 두려웠던 경험이 있나.
=새로운 캐릭터에 다가가는 과정은 항상 그런 것 같다. (웃음) 그 캐릭터를 이해하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상대이기 때문이다. 각본을 읽는다고 알게 되는 건 아니다. 촬영을 시작하고 세트에 가서 모두의 앞에서 내가 소화한 캐릭터를 꺼내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미지의 상태로 남아 있다. 그리고 때로는 영화 촬영이 끝났는데도 모르는 채로 남아 있기도 한다. (웃음)
-지난 영화에서 데이비드가 당한 수모는 끔찍했다. 이번 영화에서는 어떤 수위의 끔찍한 고문을 당하는지.
=절대로 말해줄 수 없다. (웃음) 예고편을 봤으면 알겠지만 월터의 얼굴에 작은 반창고가 붙어 있다. 어느 정도의 도전이 있다는 의미다.
-예고편을 보면 크리처들이 나오는 장면이 굉장히 강렬하다. 촬영 때 어땠는지 궁금하다.
=고무옷을 입은 사람들 또는 애니매트로닉스, 그 두 가지와의 대면이었다. 하지만 이건 말해두고 싶다. 리들리 스콧의 촬영장에서는 모든 게 진짜처럼 구현된다. <프로메테우스>의 첫 촬영날을 잊을 수 없다. 내가 진짜로 우주선 위를 걸어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스페이스 자키의 거대한 머리를 가져왔을 때도 놀랐다. 그건 모두 실제로 만들어졌다. 실재했고, 만질 수 있었고, 반응할 수 있었다. 요즘같은 시대에 그건 배우들에게 정말 특별한 배려다. 리들리 스콧은 시각적인 사람이다. 영화를 위해 그의 세계를 진짜로 건설하는 사람이다.
-캐릭터를 위해 참고한 영화나 책이 있나.
=데이비드는 데이비드 보위와 피터 오툴을 참고해서 연기했다. 그리고 월터를 연기할 때는 <스타트렉>시리즈의 스팍을 떠올렸다.
-리들리 스콧 감독과의 인연이 각별하다. 이 영화를 만들며 만난 리들리 스콧은 어떤 사람이었나.
=그에 대해서 많은 모습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영화를 촬영하며 만난 그는 아이 같은 사람이었다. 이제껏 그와 세편의 영화를 같이하면서 자신의 일을 진심으로 즐기고 있다는 걸 느꼈다. 재미있는 사람이고, 장난기 가득한 사람이다. 그런 어린아이 같은 면과 함께 엄청난 열정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점에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촬영장에서 그는 어떤 감독인가.
=이 정도 사이즈의 영화를 리들리처럼 빠른 속도로 촬영하는 경우는 보기 힘들다. 거대한 세트에 모든 배우를 데려다놓고 여러 대의 카메라로 한번에 촬영한다. 한번에 여러 배우와 동시에 연기하는 건 다른 촬영장에서는 드문 일이다. 여러 대의 카메라가 배우 각각을 촬영하는 동안 배우는 카메라가 아닌 다른 배우를 바라보며 연기할 수 있다. 리들리가 추구하는 즉각성은 배우가 연기하는 순간을 포착한다. 다시 말하지만 정말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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